맑은 날입니다. 맑다는 것은 구름이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구름 없는 하늘은 매우 투명해 눈이 부시기까지 합니다. 비움이 좋은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비어 있다는 것은 무언가를 비워 버렸다는 의미입니다. 

그 비워 버린 것의 내용은 내가 홀로 존재한다는 그릇된 생각입니다.  아무것도 홀로 분리되어 존재하는 것은 없습니다. 그래서 모든 것이 비어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또한 모든 것으로 채워져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모든 것이 함께 어우러진 조화가 바로 생명이라고 말합니다.

오늘 맑은 하늘을 보면서 하늘 속에 내가 있다는 것을 봅니다. 그리고 내게도 하늘이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나'라는 형상을 떠나면, 나는 나로부터 자유로워지고 내 생명이 얼마나 신기한 우주의 조화 인가를 실감할 수가 있습니다.

하늘 아래 두 팔을 벌립니다. 내 두팔에 하늘이 내려옵니다. 그 행복이 내 전신을 타고 와 살아 있는 기쁨을 일깨워 줍니다.

따가운 햇살이 거리를 핥습니다. 걸려있는 정치 구호들 뜷어 보면 마음이 불편합니다. 이젠 정치가  거리로 나선답니다. 누가 삭발을 한답니다. 정치가 무섭습니다. 돌아서면 아무것도 남지 않은 울림없는 행위를 왜 할까요.  

5월의 푸른 하늘을 보면 괜히 눈물 납니다. 모든 것 벗어 던지고 고향 흙길을 밟았으면 합니다. 고향은 지금 여름 초입이 어디에 걸려 있을 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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