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2일)아침 베란드에서 자욱룩한 향기가 나를 부른다. 약 35년전 거금(?)을 주고 구입한 '홍도 소엽풍란'에서 향운을 내며 '나'를 좀 봐주쇼' 하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기자는 난을 즐겨 젊은 시절 베란다에 250분 정도 중국, 일본 난을 가진 적이 있다. 

 지금이야 겨우 10분. 풍란, 그리고 명품(?) 정도라 할 '옥화' 정도, 화분은 무생물이라. 고인인 구자경 회장이 난을 사랑하며 손수 연암전문대학교에서 제작한 분을 구입할 정도다. 이쯤 되면 정신분석학적으로 '미친놈에 들어갈 수준이다.' 

그러나 해가 갈수록 난들은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한분씩 추억만 남기고 나를 원망하며 죽음속으로 길 찾아 가버렸다.

 이 '홍도소엽 풍란'만 살아 남아 있다' 처음 구입할 당시 촉당 3만5천원에 구입했다. 이상한 것은 DNA가 훌륭해서인지 한 해에 새촉을 올리지 않았다. 물만 주고 그랬는데 지난해 부터 1년사이 3촉씩 새촉을 선물했다. 약 35년 만에 촉이 불어 난 것이다. 그만 큼 귀한 종은 새촉을 발아하지 않았다. 이제야 주인 마음을 알았는지 기세를 내며 번창하려 한다. 

난은 요즘 거이 인큐베이트서 생산한다. 그러나 그런 종하고 사뭇 다르다. 그만큼 DNA가...짐작을 무시할 수 없다. '난도 그러는 구나' 신기할 따름이다. 

 국제신보에 '시조'로 등한 정완영씨의 글이 생각난다. '남해바다 저 멀리 절해고도 홍도. 그 섬어디에고 자생하는 난초 풍란이 있다. 썩은 나뭇등걸에 올라 짧은 잎에 향기로운 꽃을 피우는 이 난은 그가 피어 있는 골짜기 사람의 발길이 미치기만 하면 벌써 그 행훈을 보내준다. 그리하여 산행한 사람으로 하여금 아하, 이 골짝 어디메에 난이 있고나 하고 점치게 한다. 선근 이 자리잡은 골엔 백초가 다 향기롭다.'

'공자가어'에도 '착한 사람과 함께 있으면 난초가 있는 방에 앉아 있는 것 처럼 향기롭다'고 했다.

세월이 손살같이 흘렀다.그 때가 한창 젊음을 자랑하던 때 였는데 어느듯 세월이 흘러 반백이 늙은이가 되었으니. 한심 하다. 그러나 이 난들은 누군가 가꿀 것이고, 명품(?)인 난분도 보관하며. 나를 그리워 하겠지....

요즘은 시간을 쪼개어 'Dilettante'로 작업한 '용눈이오름'과 '연화' '금정산 야생화' 그리고 나의 시선이 포착한 명작 등 을 정리하고 있다. 이 작품들을 어떻게 할꼬하고 즐거운 고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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