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오다 멈춘 구름. 멈춘 사람들. 거리를 두고 서로 멈춰 서 있음은 처음엔 희열이지만 갈증이지요.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 시간의 딱지로 굳어 만지면 남루한 추억으로 떨어지지요. 그대의 기다림도 습관으로 굳어가고 있지 않나요. 나이처럼 무겁지 않나요. 

저 푸른 하늘과 푸른 바람은 대자연의 노여움인가. 축복인가. 쏟아지는 햇살. 침묵의 불볕. 가는 곳마다 말없음표 또는 의문부호. 우리시대의 정치는 무엇이며. 소나기는 무엇인가. 오후엔 시위하듯 떼구름. 소나기 느닷없이 대지를 때리고. 다시 침묵에 잠기는 수상한 여름.

도시에 퍼 붓는 햇살이 빨리 휴가가라고 아우성. 매미소리 앞세워 도심을 벗어나면 플라타너스 줄지어 따라오고 낮은 여름. 밤은 가을. 저 결 고운 바람은 누구 얼굴인가.

 기억으로 통하는 문을 밝힌다. 정치하겠다고 찾아왔던 당신. 포스타에 환하게 웃는 얼굴. 지금은 완장차고 검푸른 마음이 당신을 에워 싸고 있네요. 불행한 일이죠. 그 해 맑던 얼굴이 왜 그리 변해 가는 지 정치 그리 좋은 가요. 이래도 저러도 한 평생인걸요, 그렇게 변해가는 당신의 얼굴. 우리는 지켜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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