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낮게 깔린 구름 위로 당신의 얼굴을 떠올려 봅니다. 거친 손등, 골 파인 주름살에 새겨진 인고(忍苦)의 세월.

산허리에 자리 펴고 누워 계신 할머니. 당신의 삶은 언제나 당신의 것이 아니었지요. 온정은 말라가고 증오는 더 깊어진 각박한 세상. 야윈 가슴에 국화꽃 한 송이가 차라리 민망합니다.

 인생이란 바람 끝에 매달린 꽃 잎 같은 것. 울컥 생목 오르는 아린 향기. 할머니, 여기 갈퀴 같은 생을 부려놓고 갑니다.

할머니, 아슬아슬하게 추억 한끝에 걸려 있는 당신, 그대를 지우려 비구름이 내려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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