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용눈이 오름- 마치 용이 누워 있는 것 같은 모습의 오름, 도로변에 손자봉과 이웃해 있다. 향유화가 붉게 핀 가을 철이 제격이지만 오름기행의 맛인 '정상에서 경치를 즐기기'에는 사시사철 좋은 곳. 

오른쪽으로는 성산일출봉, 왼 쪽끝으로는 우도가 보이고, 그너머로 바다가 확 트여있다.

이 가을, 용눈이 오름 모습은 산수화의 오름이 아니라 베토벤의 교향곡의 폭발적인 환희의 모습에 흡사하다. 억새가 휘날렸다. 멀리 안개가 자욱한 길에 가로눕는 이슬밭, 산국화 꽃 빛으로 돈다.

'용눈이 오름은 시간적으로 아름다운 공간입니다.

 체력이요? 아직까지는 괜찮아요. 왜 한계를 느끼겠어요. 그래도 한 5-6년은 더 오름을 즐겁게 오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인과 오름을 오르며 한 말입니다. 

'빈 손바닥에게 앉은 슬픔 갖은 것들. 바람소리 솔바람소리 같은 것들.이 오름 길에서 나의 뿌리인 조상들 음택이 있는 곳. 이 길에 조상들이 발자국이 남아 있는 것 을 봅니다. 

 그냥 하염없이 오름니다. 아무 생각없이 걷는 오름길 위에 새로운 세계의 열림을 짐작합니다.

 그래서 '용눈이 오름'을 테마로 사진을 사시사철 한 25년 적기에 부산에서 내려와 찍어오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나의 글과 사진이 응축하는 고백적이고도 나의 암시적인 표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윗 사진도 안개에 영롱한 빛을 발합니다. 억새들에 빛들이 모아져서, 그 옛날 할머니의 웃음 머금은 표정같다는 생각에 다다릅니다. 그러면 하나의 발견이 되면서 '사무사'의 세계가 됩니다.

 오름길은 끊임없이 되풀이 보여주면서 동시에 사상시켜 버리는 이중의 길인 것도 같습니다.  

 나는 안주와 안일을 떠나, 늘 새롭고도 어려운 길을 찾아 팽팽한 긴장으로 세계를 붙들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신념이라 생각하고 실천해 왔습니다.

'용눈이 오름'엔 부드럽고 편안함을 주면서도 단단한 느낌을 줍니다. 기회가 되면 '용눈이 오름'을 정리한 사진을 보여 줄 기회를 찾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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