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래전 고창 선운사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분위기가 참 좋아서요.
* 오래전 고창 선운사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분위기가 참 좋아서요.

8일은 입동, 동장군(冬將軍)께서 조용히 기동하신다.

벌써 겨울이 다가왔을까? 가을은 이미 사라져 버린 것일까? 늦게까지 단풍을 자랑하던 설악산에서도 관광객들이 떠난지 오래된다.

이제는 어디서나 낙엽뿐, 아직도 미련스럽게 가지에 매달려 있는 잎들은 모두가 노랗게 퇴색된 채 달랑거리고 있다. 이른 아침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입에서 하얀 입김이 투명한 공기속에 동그라미를 그려 놓는다.

이미 겨울인가. 가을은 영 떠나 버린 것일까. 지난해 동장군은 온 천하를 꽁꽁 얼어붙여 놓은 채 온갖 맹위를 떨쳤다.

서민들의 마음까지도 얼려 놓을 듯이 겨우내 천하를 떨게 만들었었다. 아직은 소름이 오싹해지는 그 무서운 표정이 동장군에게는 없다. 아직은 낙엽을 밟으며 산책하는 연인들이 손목을 끼고 있어도 조금도 춥지는 않다.

‘시몬’, 너는 좋아하느냐. 낙엽 밟는 소리를......‘하고 노래한 ’구르몽‘처럼 아직은 얼마든지 밤거리를 즐길 수 있다. 포도(鋪道)위에 낙엽이 있고 그리고 또 따스한 마음까지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미 거리에는 겨울을 알리는 풍경으로 가득차 있다. 군밤장수도 거리에 나온지 오래된다. 군밤장수는 ‘일본’에서는 이른 가을부터 있다. ‘아이스크림’을 팔던 ‘일본’사람이 군밤장수로 둔갑할 때가 되면 ‘일본’에는 가을이 짙다.

부산에서는 겨울이 온다. 정다운 친구끼리 군밤을 까먹는 사이에 소리도 없이 가을이 저물고 겨울이 다가 오는 것이다. 아직 낮의 대기 속에는 가을이 입김이 담겨져 있다. 아직은 어깨를 움츠리지 않고 거리를 거닐 수도 있다. 소주잔이 기운을 빌지 않아도 충분히 퇴근길의 ‘버스’를 기다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이미 입동인 것이다.

밤하늘의 싸늘한 검정색 속에 별들은 얼어붙어 가며 있는 것이다. 그리고 또 언제 동장군이 서슬이 퍼렇게 되어 천하를 호령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땅을 얼리고 하늘을 얼리고 대기를 얼리고...,

그저 올해에도 동장군이 기승을 아무리 부린다 해도 우리네 마음까지는 얼려주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무리 겨울이 땅위의 모든 것을 얼려 놓아도 땅속의 뿌리마저 얼려 죽이지는 못한다. 그리하여 봄이 되면 또 새싹이 나고 새순이 돋고 생명을 되찾는 것이다. 그러니 조금도 겨울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마음속의 온기만 잃지 않고 있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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