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는 고금을 통해 동양에선 시선이나 묵객들의 칭송을 받아온 꽃이다. 또 중국은 한 때 모란대신에 매화를 국화로 삼았던 일도 있었다. 모란의 농염보다는 매화의 랭염이 훨씬 선비답게 생각되었는지 모른다.

동양인의 은근한 성미엔 매화의 향기에 더 마음을 준다. 사군자가운데 매화를 으뜸로 치는 것도 그런 은근함에의 매력때문일 것이다.

 중국 북송의 시인 소동파도 매화를 노래한 일이 있다.『때를 씻고 씻어 흰 살더미가 보이네 가슴에 맺힌 마음, 말끔히 사라졌네(매화).』그런감상은『매천부』를 읊은 정도전의 마음에도 이어지는 듯, 그는 매화를 이렇게 노래했다.『미녀와 같이 살갗이 희고 옥과 같은 얼굴에 몸도 풍만하네. 표연히 몸을 날려 은하수에 떠 있는 것 같고. 군선의 어깨위에 춤추는 것같다-.』

선암사 흙매가 올해 '천년 기념물'로 지정됐다. 오랜 매화가 부산엔 없고, 경남 양산 통도사 '자장매'가 이름이 나 있다.

 『담 모퉁이에 두서너 매화가지 추위속에 홀로 피어 있네 멀리 보면 눈은 아니 듯, 그윽한 향기가 마음에 적시네』 당송팔대가의 한 사람으로 꼽는 왕안석의 유명한 매화송이다.

「눈 곳에 홀로 피는」습성하며 발딱하지 않은 그윽한 향기하며....매화를 선비들이 더 없는 벗으로 생각하는 것은 그런 은유자적하는 생태때문일 것도 같다.

요즘 신문지상에서 매화가 방실하게 피어 있는 사진을 보며 문득 그런 매화에 일말의 향수같은 것이 느껴진다. 

속진이 분분한 가운데 통도사 '자장매'를 보면 청향에 젖는 듯. 소동파는 강화에서 그 매화의 암향을 뱃속에까지 채우고 살았다지만 우리의 어설픈 일상은 다만 새봄을 알리는 화신으로도 감회가 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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