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기’로 유명한 ‘파브로’는 원래 시인이었다. 출세나 사치스러운 도시생활과는 담을 쌓고 지냈다. 그의 고향인 남불(南佛)의 한촌(寒村)에서 향토시나 쓰며 젊은 시절을 보낸 것이다. 그는 책도 별로 읽지 못했다. 다만 그의 주위에는 풍부한 자연이 펼쳐져 있을 뿐이었다.

어느날 그는 수목(樹木)사이에서 푸른 하늘과 맑은 햇살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 눈(眼)이야 말로 모든 발견을 가능하게 하는 창(窓)이다.” 이런 일로 그는 자연의 신비한 아름다움을 수목에서 느끼고 위대한 곤충학자가 된 것이다.

이런 수목이 건축이란 미명하에 죽음을 맞고 있다. 앞서 부산 금정구 ‘윤산’은 국고가 투입, 시민들의 쉼터로 조성되고 있다. 그것도 막대한 예산이다. 인근 시민들은 건강을 챙기면서 또한 반기며 박수를 보내고 있다.

그런데 그 자락에 ‘복지사업’ 차원에서 모노인요양원이 들어설 움직임으로 보이고 있다. 그 부지는 개인소유로, 약 3-40년 된 소나무들이 식재(?)되어 있고, 그 소나무를 베어야 하고, 산자락 일부를 부지로 형질변경하여야 한다. ‘윤산’의 한쪽 허파가 상처를 입게 되는 것이다. 행정관청도 허가와 관련 고심하며 도시계획 위원회를 열어 ‘신중한 검토’를 하는 것 같다.

인간은 자연 속에 살아간다. 자연은 누가 해치지 않는한 적어도 자생(自生)은 할 수 있다. 이것이 자연의 섭리이다. 그러나 인간의 무관심은 이들을 흔적도 없이 시들게 만든다. 아직도 우리에겐 때묻지 않고 병들지 않은 자연이 많다. 적어도 지식층만이라도 자연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관찰이 눈을 가져 주었으면 좋겠다.

물론, 노인 요양원이 필요한 것도 옳다. 그러나 법, 이해관계인들 입장을 떠나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혜택을 십분 생각해야 한다. 정부도 돈을 들여 녹지를 조성하고, 자전거길을 만들고, 걸을 수 있는 산책로를 조성하는 판국에 녹지 일부라도 보존해야지 거덜나게 하는 일은 우리가 나서 막아야한다. 또 그런 일은 관이나 민이 쾌적한 환경을 위해 앞장서야할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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