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많은 사람이 모였는데 한 도둑놈이 나타나서 여럿이 보는 가운데 남의 돈을 가지고 달아나다가 붙들렸다. 사람들이 그에게 물었다. ‘이놈아 백주에 만인이 중시하는데 돈을 가지고 달아나니 어떻게 할 테냐. 안 잡힐 줄 알았느냐?’ 도둑은 이렇게 대답했다. /사실은 한 사람도 보이지 않고 내 눈에는 돈만 보였습니다./ 중국의 사상가 열자(列子)의 책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이 실화에는 인생의 깊은 교훈이 담겨져 있다. 사람이 돈에 미치면 딴 것은 눈에 안보이고 돈만 보인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는 이 도둑과 같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권력에 미쳐서 권력밖에 안 보이는 사람, 향락에 미쳐서 향락밖에 안 보이는 사람, 여자에 미쳐서 여자밖에 안 보이는 사람, 이권에 미쳐서 이권밖에 안 보이는 사람, 모두 병든 사람들이요, 이지러진 인간들이다.

사람은 각자 자기 직책에 따라서 눈에 보이는 것이 다르고 또 달라야 한다. 저마다 보일 것이 보여야 한다. 안 보일 것이 보여서는 안 된다. 학자의 눈에는 언제나 책과 제자가 보여야한다. 책과 제자가 안 보이고 돈만 보인다고 하면 그는 타락한 학자이다.
정치가의 눈에는 국민과 민생이 언제나 눈에 보여야한다. 그것은 안 보이고 권리와 권력만 보인다고 하면 그는 썩은 정치가이다.

어머니의 눈에는 가정과 자식이 보여야 한다. 가정과 자식은 안 보이고 명품과 허욕만 보인다고 하면 그는 부패한 어머니다. 학생의 눈에는 공무와 이상이 보여야 한다. 그것이 안 보이고 술과 향락만 보인다고 하면 그는 병든 학생이다.

오늘날 우리 국민의 눈에는 보일 것은 안보이고 안 보일 것만  보이지 않은가. 사리사욕에 사로잡혀서 비뚤어진 눈으로 전락하지 않았는가. 전도견(顚倒見)의 국민으로 타락하지는 않았는가. 열자의 우화를 저마다 한 번 깊이 음미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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