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아름다운 곳은 여러 곳이 있다. 항구도시 부산, 쪼개서 이야기하면 금정산, 태종대, 해운대, 다대포 등그러고 보니 내 고장 부산은 아름답지 않은 곳이 하나도 없다. 그러나 젊어서는 부산의 아름다움을 미처 느끼지를 못했다. 그저 살기에만 바빠서였다. 나이 먹어 서야 비로소 아름답게 느껴지는 부산은 그게 그만큼 욕심을 부릴 수가 없게 되어 찾아온 복(福)일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욕심만 버리고 보면, 그대로 부산은 낙원이요. 천국(?)인 것이다. 아직도 ‘생활’에서 자유롭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이제 60 절반을 넘기고 나니 부산이 다시 보이기 시작하고, 다시 보이는 부산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 가 없는 것이다.

사진을 핑계로 여기저기 자주 다니며 느끼는 것이지만, 소위 관광 명소라는 곳은 꼭 서툴게 분칠하고 나앉은 작부처럼 볼썽사나워서 둘러 볼 생각이 나지 않는다. 오히려 이름이 나지 않은 곳곳에 아름다운 곳이 그렇게 많을 수가 없다. 그런 곳을 지날 때면 가끔 차를 세우고 한참을 앉아 바라보다가 가곤 한다.

그러다가 깨달은 것은 그 아름다움이 하필 꼭 어디가 생겨서가 아니라, 바라보는 마음의 한가로움 탓이 아닐까 하는 것이었다. 마음만 풀어놓고 보면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고, 감동적인 순간 아닌 때가 없다. 삶의 와중에서는 마음의 여유가 생기지 않는다. 여유 없는, 풀리지 않은 마음으로는 우리 삶이 아름답게, 의미 있게 느껴지지 않는다. 삶의 백내장처럼 우리의 눈을 가려 버린 탓이다. 그 가리개를 거두어내는 길은 한 걸음 비켜서는 일이다.

우리 앨범을 다시 들여다 보자. 이제 다 지난 지금, 거기 찍힌 날들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하지만, 찍힐 당시에는 어렵사리 틈을 내어 잠시 카메라 앞에 앉았다가 다시 또 생활에 얼마나 급급히 밀려왔던가. 그 고달팠던 시간대에서 한발 물러선, 지금 이 시간에 돌이켜 보니 그 과거가 아름다운 것이지, 카메라에 찍혔던 그 당시에는 결코 아름다울 수가 없었던 그런 날들이었다.

나이를 먹어, 어쩔 수 없이 한발 물러서서 보니 이제 비로소 부산이 제 모습을 되찾아 그렇게 아름답고 정겨울 수 없다. 사진이 또한 그렇다. 바짝 다가들면 핀이 잘 맞지 않는다. 한발 물러서야 핀도 맞고 사물도 뚜렷해 보인다.

삶의 소용돌이에서 한 벌 물러서야 세상이 제대로 보이고, 비로소 찍히는 사진, 그렇다고 현실 도피의 음풍영월(吟風呤月)을 말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산속에 들어서는 산이 보이지 않고, 물을 벗어나야 그 물이 보임을 말하고 있을 뿐이다.

하필, 사진 만이랴 한발 물러서기만 하면 이 세상이 그대로 천국인 것을, 오늘 생각한다. 주말이면 오륙도(五六島)를 만나러 가리라고-. 허지만 가까이 가면 반가워하지 않는다. 그러나 한발 물러서면 오륙도가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동명대학을 지나 영도 봉래산을 보면 유년시절이 떠오른다. 뭔가 가슴이 뭉클거린다. 그렇게 좋을 수가 없는 것이다. 모든 사물이 그렇듯 모든 일도 한발 물러서 보아야 아름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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