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삼월이면 내겐 그리운 대상이 있네

첫사랑을 놓기 위해 꽃샘 추위 속을 헤매,

헤매 다니다가 찾아든 선운사에서 처음

만났네 노랑저고리 다홍치마 화려히 차려 입은 채 발

밑에 무수히 스러졌는데 쪼그리고 앉아서 한참을 숨

죽이고 숨소리를 확인했다네 어쩌면 살아서 죽는

이가 다 있네 삶과 죽음이 동일한 처자(處子)가 거기,

있었네 동박새 빨고 간 자리에 입술을 대어보니 죽어서도

달았지 처연히 달아서 눈물이 났네 내 안에 여즉 살아있는

당신 잊을 때 동백처럼 떨구리 군더더기 없이 한 순간에 잊으리,

잊어도 해마다 삼월이면 다시 피는 당신 다시 지는 당신 올해는

동백 보러 *오동도로 갈까 동박새 날아날아 섬에 닿으면 당신,

한 번 만날 틈이야 있겠지 기다림이란 결코 허망치 않다고

되려 나를 위로하겠지, 영영 죽어서 사는 당신이야 동백이야.

*오동도: 전라남도 여수에 속하는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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