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 목욕탕에서의 만남이였기에 현장에서 주고받은 이야기를 정리한 것입니다. 그리고 사진 출처는 인터넷에서 받아 흑백처리한 것임을 밝혀둡니다.)

국민 MC 송해 선생을 만났다. 그것도 목욕탕에서

지난 15일 오후 4시경 신세계 스파에서 일.  몸이 예전같지 않아 탕에서 잡념을 사르려고 눈을 감고 명상을 하고 있는데 34도 탕물이 첨벙거렸다. 눈을 뜨자 어디서 본듯한 노인이 타월을 들고 들어온다.

퍼뜩 느낌이, 송해 선생같았다. 그러나 탕에 가만히 있었다. 실눈으로 그를 보니 송해 선생이 맞았다. 세월의 흔적은 어쩔 수  없는듯 얼굴에 검버섯이 듬성듬성 보였고 숨이 가쁜지 호흡은 좀 거칠었다.

나와 인연을 기억하면, 얼굴을  본 지가 약 30년이 넘었을까, 모 신문사 문화부 기자로 재직할 당시니까 까마득히  오랜 이야기다. 주로 영화평을 쓸 때였으니까.

지금은 고인이지만 최계락 선생님이 부장으로  있을 당시다. 그 때 신문사에서 국제 영화제를 주최하고 있었다. 지금은 아득하지만 중앙동 40계단 가기 전 국제극장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 했을 때 뵌 기억이다.

이후,  송해 선생은 뛰어난 언어 감각과 순발력으로 모 방송국 국민 MC로 자리 잡고 있다. 인연의 끈이 있는 분이라 늘 호감이 있었다.

그런 송해 선생이 눈앞에 불쑥 나타난 것이다. 10여 분이 지났을까. 눈을 뜨니 송해 선생은 눈을 지그시 감고  중얼중얼 하며 상념에 잠겨 있는 것 같았다. 몇 분이 지났을까, 눈을 뜨며 주위를 살피기에

“안녕하십니까?” 하고 인사를 건넸다. 
“예,  건강합니다. ”라고 답하는듯 눈인사를 한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말을 건네자
“내일(16일) 해운대 해수욕장에 전국 노래자랑 녹화 차 왔다”고 한다.
“힘드시죠 ” 그랬더니
“아니지요. 천직인 것을요” 라고 답한다.
그러자 탕내 있든 분들이 그를 알아체며 모여 들기 시작한다.

“나이는요”
“애~ 뭐 같지”
그러자 옆에 수행하는 사람 같은 분이 27년생이라고 한다.
송해 선생은 씨~익 웃으며 “우리니까 지금까지 살지”라  얘기한다.
그저 “예- ” 하고 답하며 흘러간 옛 이야기를 했다.
가만히 듣고 있더니 “어쩐지 묻는 게 그런 직업인 것 같아, 요즘 뭐 해요.”라 묻는다.
“이리 저리 놀고 있습니다”라 얘기하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런 저런 말이 오고 가면서 힘들지 않으시냐했더니 건강 챙기기가 쉽지는 않다고 모시고 온  분은 솔직히 말한다. 그 분의 말을 빌면,  젊은 스탭들과 함께 서울에서 버스 타고 5시간 정도 달려오는데, 오면서 이야기 하고 웃다보면 피곤함이 싹 가신다며 즐거워하신다고 덧붙였다.  

같이 온 PD분도 부연한다. “비행기로 갑시다해도 버스로 간다고 고집을 부려요, 같이 가야 동질감도 생기고 젊은이들 생각도 읽을 수 있다”고. 그러나 모시고 오는 입장에선 피곤한 기색이 보이면 비상이 걸린다고. “그래도 아직 정정하셔서 좋습니다”고 웃는다.  오랜 동행인으로서의  말인 듯하다.

송해 선생은 탕에 걸터앉아 손을 갖고 발목을 이리저리 돌리며 발목 운동을 하고, 목 운동도 병행하면서 땀을 흘린다.  한 시대를 풍미하고 있는  노MC는 이렇게 건강을 챙기는 것 같다.

탕에 들어오는 분들은 이제야 송해 선생이란 것을 알고 호기심 어린 눈으로 기웃거리기도 한다.  나는 이 사실이 궁금해 물었다. “송 선생님, 회당 개런티는 얼마 받습니까? ”그러자 “저 사람에게 물어봐”라며  특이한 그만의 어투로 받아친다.  옆에 계신 분은  “요즘은 한 회당 4백만원, 이것저것 합치면 약 5백이 넘을 겁니다” 라 답한다.  쉽지 않게 받아낸 말이다.

“송 선생님,  건강이 최고입니다”라며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그러자 “그래요,  지금은 걱정이 없어. 지나간 세월이 아쉽지”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리고 그와 헤어졌다.

의사는 아니지만, 육감으로 짚어보면,  지금 나이가 만 85세라 하는데 매우 건강해 보였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밤새 안녕’ 이란 말처럼 사람의 운명이란 알 수 없는 것.  

다만 이 훌륭한 국민 MC 송해 선생이 아픔 없이 우리들 가슴 속에 영원히 자리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언제까지인지 모르지만 우리들에게 건강한 얼굴로 항상 곁에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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