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갑준 칼럼"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여름에 더운 것은 당연한 얘기다. 같은 더위에도 그냥 더위와, 무더위가 있다. 더위는 견딜 수 있어도 무더위는 견디기 어렵다.

가령 32도를 오르내리는 합천에서 곧잘 견디다가도 30도밖에 안 되는 부산의 더위는 견디기 어렵다. 무더위 때문이다. 몇 년 전부터 기후 온난화 탓으로 더위도 무더위다. 그래서 사람들이 견딜 수 없어 하는 것이다.

무더위란 더위에 다량의 습도가 겹칠 때를 말한다. 열대 지방에서는 비가 와도 소나기처럼 한 시간쯤 퍼붓다가 멎는다. 그러면 또 날씨는 바짝 건조하게 된다. 땀을 흘려도 피부에 끈적거리지는 않는다.

열대에서는 습도가 고작해야 70%정도까지고, 보통은 50에서 60% 사이를 오르내린다. 부산은 그게 90%까지 오를 때도 있다. 그러니 습도가 80% 안팎에서 오르내리는 요새의 무더위는 그래도 다행인 편이다.

더위는 그냥 수은주만 보면 알 수 있다. 그러나 무더위는 수은주로는 알 수 없다. 그 대신 불쾌지수라는 게 있다. 불쾌지수는 80년 전 미국의 한 여행 천기예보회사에서 썼다. 우리 나라에서 이것을 쓰게 된 것은 60년 이후의 일이다.

미국의 통계에 의하면 불쾌지수가 70이 넘으면 일부(一部)의 사람들이, 75가 넘으면 반수 (半數)이상의 사람이, 그리고 80이 넘으면 모든 사람이 불쾌감을 느낀다. 85가 넘을 때는 불쾌감을 견딜 수 없을 정도가 된다.

자료를 보니, 요새 미국에서는 불쾌지수(Discomfort Index)란 말을 잘 쓰지 않는다. 부적당(不適當)한 말이라는 비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 기상국은 온습지수(Temperature-hunidity Index)라고 바꿔 부르고 있다.

이름이야 뭐라 부르든 지수(指數)가 80이 넘으면 모든 사람이 불쾌(不快)해지기는 마찬가지다. 다만 한국의 경우에는 같은 불쾌지수라도 서구(西歐)사람보다 못 견딘다. 참을성이 없어서가 아니다. 더위를 이겨내는 데 힘이 되는 단백질(蛋白質)의 섭취가 적은 때문이다.

한 마디로 잘 먹어야 더위도 이겨낼 수 있는 것이다. 더위에 약하니까 입맛도 떨어진다. 입맛이 없으니까 그나마 음식도 덜 먹는다. 영양가의 섭취가 적으니까 더욱 더위에 약해지고, 더위에 약하니까....... 이런 악순환도 결국 우리네 살림이 풍족하지 못한 탓이라고나 할까. 더욱이 불쾌지수에는 풍속(風速)이 고려되어 있지 않다. 그러니까 정말 피부(皮膚)로 느끼는 체감온도(體感溫度)와는 다르다. 바람기 한 점 없는 어제 오늘의 무더위는 그러니까 정확하게 잴 길이 없다. (2011. 8.2)

*(이 칼럼을 쓰기위해 신세계 교보문고에서 각 자료를 조사 인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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