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갑준 칼럼"

 내일 견우(牽牛)와 직녀(織女)가 만나는 날이다. 만나지 못할 성 싶다. 구름이 사이를 갈라놓고 있다. 그리나 비는 올 성싶다. 비야 칠석(七夕)날에 빠질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견우와 직녀 두 별은 서로 사랑하고 있었다. 그러나 둘 사이를 흐르는 은하수(銀河水)란 큰 강물이 갈라놓고 있어 도저히 만날 길이 없었다.

두 별은 그래도 1년에 꼭 한번 음력 7월7석 날 하룻밤을 함께 지낼 수 있다. 이 날이면 지상(地上)의 모든 까치, 까마귀가 은하수에 다리를 놓는다. 이 오작교(烏鵲橋)를 타고 만나는 두 연인(戀人)이 흘리는 희열(喜悅)에 찬 눈물이 비가 되어 땅에 내린다.

이튿날 아침에 내리는 비는 또 이별(離別)의 슬픔에서 나오는 눈물이다. 이런 얘기를 들려주면서 사랑을 꿈꾸던 옛 시절에 대한 감미(甘美)로운 회상(回想)에 잠기던 할머니도 이제는 없다. 견우와 직녀의 애절한 사랑 얘기에 눈물을 흘리며 듣던 어머니도 이제는 없다.

모든 게 싱거워진 것이다. 견우와 직녀가 만나게 될 순간을 애태워 기다리던 어린이들이 지금은 죽이고 죽고 하는 연속 ‘막장 드라마’에 열중하고 있다. 물론 엄마 곁에서 말이다.

빗방울은 어제 밤도 없었고, 오늘 아침에도 없었다. 견우와 직녀는 정말로 오늘밤에 만났다 헤어질까? 아니, 견우와 직녀는 정말 하늘에 있을까? 옛 어린이들은 있다고 굳게 믿었다. 무엇인가를 믿을 수 있다는 것은 여간 행복한 게 아니다. 꿈을 꿀 수 있었다는 것은 그만큼 마음이 가난하지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

지금은 아무것도 믿어지지가 않는다. 견우와 직녀 얘기를 믿는 어린이가 이제는 없다. 견우와 직녀의 사랑을 믿는 어머니도 이제는 없다. 사랑의 계절(季節)이 완전히 가버린 탓일까? 아니면 꿈을 잃은 탓일까.

분명 미움과 불신(不信)의 계절에 우리는 들어서 있는가 보다. 그리고 또 온갖 아름다운 것에 대해서 우리는 불감증(不感症)이 되어버렸나 보다. 아무리 아름다운 사랑이라도 우리는 그냥 아름답게만 보려 않으려 든다. 남의 사랑의 성채(城砦)마저 무너뜨려 버리려 한다.

사랑을 하기에는, 너무나도 사람들은 시(詩)의 세계(世界)를 저버리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시와 사랑의 세계를 지켜보겠다는 사람을 보고 사람들은 오히려 철이 덜 들었다고도 하고 주착이 없다고도 하여 비웃는다. 그만큼 오늘의 우리네 마음은 황량(荒凉)해져 가고 있는 것이다.

내일 七夕날 견우와 직녀는 분명히 만나지 못할 것 같다. 비로 은하수가 넘친 탓은 아니다. 지상의 사람들이 둘 사이를 갈라놓은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우리는 무엇인가를 믿어야 한다. 견우, 직녀의 사랑 얘기를 믿는 소박(素朴)한 마음씨가 우리에게는 가장 아쉬운 것이다. (2011.7.5)


저작권자 © 금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