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선후보 가운데 한 사람인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한나라당 탈당을 선언하고 새 정치질서를 창조하겠다고 밝혀 파장이 일고 있다.

손 지사는 회견문에서 “새로운 길을 열기 위해 그동안 지니고 있던 모든 가능성과 기득권을 버리기로 결심했다”면서 “오늘의 낡은 수구와 무능한 좌파의 질곡을 깨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새 길을 창조하기 위해 당을 떠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한 때의 돌팔매를 피하려고 역사의 죄인이 되는 길을 택할 수는 없다”며 “한나라당에 등을 돌리지 않기 위해 대한민국의 장래와 국민의 희망에 등을 돌릴 수는 없다”고 말하고 “당을 위해 순교하기 보다는 국민을 위해 순교를 선택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무능한 진보와 수구 보수가 판치는 낡은 정치구조 자체를 교체해야 한다. 미래의 평화-통합 시대를 경영할 창조적 주도세력을 만드는데 온 몸을 던질 것”이라며 “나는 대한민국 드림팀을 만드는데 기꺼이 한 알의 밀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에 수긍이 가는 점도 있다. 그동안 집권했던 김대중-노무현 정부 등 진보세력이 무능했던 점이 없지 않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는 인사 등용과 경제정책 실패로 국민들에게 지탄을 받아 온 것도 사실이다. 또 한나라당도 안보에 대한 지나친 염려 때문에 수구 보수로 흘러 ‘보수 골통’으로 평가된 점도 인정된다.

그러나 손학규 지사는 그동안 무엇을 했나? 그런 한나라당 당원으로 국회의원을 지냈고, 공천을 받아 경기도지사를 역임한 인물이다. 자신이 운동권 출신으로 개혁적 인물로 자칭한다면 그 속에서 ‘변화와 개혁’을 시도하면 안 되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결국 경선지지율에서 밀리자 도망가는 변명이 아니었으면 한다.

손 지사가 구상하는 ‘평화와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도 분명치 않다. 또 한나라당에서 지지율이 3위로 처져있는 현실에서 새로운 정치질서를 창출해 낼 가공할 파괴력이 있는지가 궁금하다.

정치지도자는 자기 세력 속에서 탄생하며 힘을 얻게 된다. 손 지사가 한나라당에서 잔뼈가 굵고 한나라당에서 득명을 해 온 인물로서 자기 세력을 떠나 ‘제3 지대’에서 힘을 얻기란 그리 손쉽지 않을 것 같다. 이인제-이한동-이수성 등 한나라당 경선 과정에서 탈락한 후보들이 하나같이 성공을 하지 못한 전례가 있다.

얼마 전 고건 씨가 ‘제 3지대’에서 웅크리고 기회를 보다가 손을 들고 말았다. 양당 구조로 되어 있는 우리 정치질서가 ‘제 3지대’의 인물 부상을 인정하지 않는 풍토에서 주저앉고 만 것이다. 물론 아직 결론을 성급히 내는 것은 시기상조다. 적어도 손학규 후보는 개혁적 세력에서는 인정받는 재목이기도 하다.

아무튼 한나라당은 이명박-박근혜 경선 구도로 굳어져 가고 있다. 또 한나라당과 대응 세력인 여권에서는 기존 이해찬-정동영-김근태-천정배-한명숙-강금실 구도에서 손학규란 재목이 합류했다고 보여 진다. ‘오픈 프라이머리(열린 경선)’란 제도에서는 어느 누가 공천을 받을지 지금은 아무도 예측하기가 어렵다.

분명한 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의중에 무게가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임기 마지막 날까지 자신의 역할을 분명히 하겠다는 평소 행보로 보아서 영향력이 없을 수 없다. 이제 우리나라도 전환의 시대를 맞고 있다. 제발 국민의 염원하고 갈망하는 국가지도자가 탄생하고, 희망찬 새 시대가 열리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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