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갑준 칼럼"

 최근 어느 정치인이 뇌졸중(腦卒中)으로 수술을 받은 일이 있다 는 보도다. 정치가 얼마나 피로와 긴장을 강요하는 직업인지 알 수 있다. 동정(同情)이 가지 않을 수 없다.  또,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어느 정치인은 투표 결과에 충격을 받아 졸도할 뻔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면 우리  정치인들은 너무나도 어떤 일에 집착하는 성향이 있는 것도 같다. 거의 운명적으로 자신의 어떤 문제에 매달리는 것이다. 인생의 여유(餘裕)랄까. 금도(襟度)가 부족해 보인다.
 
서양 사람은 우리가 보기엔 바보스러울 정도로 매사(每事)에 범연(泛然)하다. 지난 이야기지만, 월남전의 막바지에서도 ‘존슨’ 미국 대통령은 농장으로 휴양을 떠나고, 판문점 사태가 벌어져도 ‘포오드’는 시골 별장에서 ‘골프’를 즐기는 ‘스케줄’을 취소하지 않았다. ‘드골’도 자신의 지위를 흔들게 하던 ‘파리’의 5월혁명 중에도 유유히 ‘스틱’을 들고 아침 산책(散策)을 잊지 않았다. ‘처어칠’은 집권 중 수없이 전란을 치렀지만 낮잠은 결코 그르지 않았다. 외국에서의 정정회담 때에도 오수(午睡)시간만은 꼭 지켰다.

‘드골’ 대통령 때는 각의(閣議) 중에 좀 지루한 분위기가 되면 곧잘 시낭송(詩朗誦)을 했다. 때로는 시구(詩句)가 틀려 ‘앙드레 말로’ 문화상이 제대로 잡아 주기도 해서 각의에선 폭소가 터져 나오는 일도 잦았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자신만의 시간을 놓치지 않는다. 비서들조차 모르게 오후 산책을 즐기는가 하면 음악도 감상한다.

 막상 권좌(權座)에서 물러앉을 때는 더욱 여유(餘裕)와 자적(自適)을 갖는다. 미소(微笑) 짓는 모습으로, 관사(官舍)를 떠나고 그 전의 자택(自宅)으로, 혹은 전원(田園)으로 돌아간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인생의 새로운 경지(境地)를 찾는 것이다.

 뇌졸중(腦卒中)은 한국인의 경우 총 사망자의 28%를 차지한다. 서양인의 심장(心臟)마비와는 아주 대조적이다. 어떤 의학자(醫學者)는 이런 현상을 사회와 연관해서 생각하기도 한다. 정서(情緖)의 불안정과 관계가 깊기 때문이다. 세상사(世上事)가 한 개인(個人)에게 주는 부담이 너무 큰 것도 말하자면 정서의 불안정을 가져 온다. 여유(餘裕)를 갖기엔 세상의 일들이 너무 각박하다. 따라서 사람들은 하찮은 일로도 운명적(運命的)인 씨름을 하려고 한다.

 뇌졸중(腦卒中)을 피하는 길은 삶의 ‘리듬’에 여유를 주는 데 있다. 정신(精神)의 안정(安靜)은 생명의 안정이기도 한 것이다. 의혹비겁(疑惑卑怯)하지 않은 안심입명(安心立命)의 생활자세, 적어도 지도층(指導層) 인사들에게는 사회 분위기와 제도가 이런 여유를 허용해 줘야겠지만, 필경 그것은 인간수련(人間修練)의 보상일 것도 같다. (2011.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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