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햇살보다 사람이 눈부시단 걸 그때 처음 알았네
열린 교문 속엔 흰 색 트레이닝복,
깃발처럼 당신이 하루를 흔들고 있었네

한 달에 두 번 꼭 새벽밥을 먹고 젤 먼저 당신을 만나러 갔네
보면 뭘, 조그만 낯을 붉히며 줄행랑을 쳤네
그래도 덜컥 속을 내려놓고 싶어 그만 견딜 수가 없었네
정답 없는 공식 들여다 볼수록 살금 이마가 뜨거웠네
주사기같은 백묵 잡은 당신,  손가락 시간표를 짚어가며 기다렸네

여름은 밤이 짧아 편지 쓰기 아쉬웠네
지리산 자락 돌아 가시나무새가 울면
신을 섬기며 일을 가지고 사랑만 하며 살아라,
까만 섬진강엔 잔물결이 일었네

가로등 없는 겨울길을 걷다간 당신 말없이 등을 돌렸네
입맞춤보다 뜨거운 어부바를 허락했네
매달려도 당신 서러운 바람냄새 짙었고,
열 다섯 소녀 적에 나는 그렇게 풋사랑을 했네

띠동갑 총각 선생님 연락이야 못하는 게 아니야
안하는 게야 터울보다 훌쩍 세월은 자랐지만
풋내가 가실까 시절이 그만 익어버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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