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봄꽃을 보면 의식이 하얗게 맑아진다.
마음의 고향...금정산 무명봉 인근에 군락을 이뤄
이때쯤 꽃을 피운다.

이제 삶의 끝자락에 이르러(?) 있는 나는 내 일생에서 가장 소박하고
향기로운 보석을 꼽으라면, 기자란 직업으로 200여회 찾아 금정산 ‘야생화’를
만난 일이다.

이 꽃도 식물도감을 들추면 이름이 무엇인지 금방 읽힐 수 있지만
그저 보는 것이 아름다워 그만 두었다.
나는 이 꽃을 만나면
말을 걸고 사진을 찍었다.
아름다워서 찍는 것이 아니라. 바람에 흔들리며
자기들 끼리 말을 건네는 모습이 황홀해 카메라에 담아 왔다.

 금정산에 연두 빛이 흐드러진 5월,
 여기에 가면, 무슨 사랑을 하고 무슨 미움을 가지겠습니까.
자연 앞에서 말이죠.
등산길에 인간의 감정은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자연에 경의를 표해야 하는 날입니다.

나는 이 이름 모를 꽃을 찍으려고 인내심을 갖고 좋은 빛을 기다리고
필요한 경우에는 그 장면을 아주 특별한 것으로 만들어줄 마법이 순간을 찾아
나서기가 꽤 많은 날들이었습니다.

녹음이 짙어가는 5월,
독자 여러분,
도심에 찌든 마음도 추스르고 금정산에 올라 ‘야생화’를
찾아 말을 걸어 보십시오. 지금 북문 옆에 한창
노란 ‘동의나물’이 꽃을 피워 등산객이 눈을 즐겁게 합니다.
 

저작권자 © 금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