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중반엔 인사동으로 소풍을 나갔다. 부산에서 바다를 찾듯,
그만큼 자주 또 그렇고 그런 심정으로 낡고 좁은 골목을 돌아다녔다.

어두워지거나 지치면 어김없이 故천상병 시인의 작품 제목이기도 한
찻집 [귀천]에 머물렀다. 벽에 걸린 시인의 싯구절 중 "돌아가리라"에서
나는 늘 약속과 위안의 뉘앙스를 받았던 건지도 모르겠다.

그땐 이 세상을 새벽빛과 노을빛으로 동화처럼 아름답게 표현한 시인의
동심에 감탄했고, 죽음보다는 소풍의 이미지가 가슴에 와 닿았다.
십 여년이 지나 읊어보니, 죽지 못해서 사는 시인의 고통과 애환까지 고스
란히 느껴진다.

그러니 단풍 든 산야로 놀이 나서는 이들의 천진한 웃음과
어린 자식들 남겨두고 문득 돌아가 버린 한 많은 이의 눈물이 공존하는 곳이
바로 이 세상이라는 것을 이해할 만도 하다.

시월 가을 밤하늘에 화려하게 불꽃이 터졌고 아직 젊고 괜찮은 배우 한 사람이 땅에
묻혔다. 그저, 언제가 될지 모르는 끝내는 날 아름다웠었다고 말할 수 있고 싶다.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기필코 살아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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