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기 전에 온 몸의 빛을 토해내듯 가을의 색깔은 너무 아름다워 처연해 보인다. 우리의 끝나가는 이야기도 이처럼 아름다울 수 있다면 보내버린 시간들이 허망치만은 않을텐데…
몸 담은 곳을 떠나고 싶어 시골 가는 버스를 탔다 좁은 길을 털털거리며 달리는 차창 밖에는 담장 밑에 곱게 핀 꽃 들이 햇살에 방실거리고 마당 한켠에 널려있는 붉은 고추가 보석처럼 반짝인다. 파란 하늘에 그림처럼 박혀있는 초승달이 내가 탄 버스 따라 한참을 쫓아온다. 모퉁이 돌아 안동네 한바퀴 다녀 올때까지 그 자리에 그렇게 기다리다 또 같이 간다.
새벽녘 열어놓은 창문으로 찬 기운이 들어와밀쳐두었던 이불을 슬며시 끌어당긴다. 포근하게 감싸는 이불의 촉감에 소박한 행복이 마음을 채운다.
한 여름을 곱게 물들이던 연꽃이힘을 잃고 스러져 간다.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예외 없이 주어진 생의 마무리.
푸르름이 배어있는 조용한 숲속에 어여쁜 모습이 보인다. 겁 없이 피어나는 상큼 발랄함과 어쩐지 초연해 보이는 중후한 차림의 모습을.
분홍빛 고운 자태로 무더위를 잊게 했던 연꽃이익어가는 시간 속에 하나, 둘 꽃잎을 떨구고 힘없이 흔들리는 빛바랜 연잎에는나풀대던 풀잠자리 내려앉아 고운사랑 나눈다.
한줄기 소나기가 쏟아가고 햇살이 들락날락 하는 날 좋은 님을 만날 것 같아 집을 나선다 붉게 물들어 가는 하늘빛에 마음을 놔 버리고 드넓은 다대포 모래밭을 홀로 거닐어 본다.
이제 막 피어나는 분홍빛 연꽃이초록 잎에 살포시 기대어 세상구경 나온다. 티 없이 맑고 수줍은 너의 고운 모습이어느 땐가 내 안에도 있지 않았을까.....
저 너머엔 무언가 있을 것 같아우리는 조바심에 끊임없이 내딛는다. 그건 허전함이고 외로움이며확신 할 수 없는 자신에 대한 불안감이다.
따가워진 햇살 속에 수만가지 사연들이엎치락 뒷치락 하루를 메운다. 출렁이던 파도는 힘 잃은 햇살에 마음을 비우고잔잔한 물결 되어 붉은 옷 갈아입는다.
군더더기에 연연하는 일상에서 때묻지 않은 너의 초연함이 부럽다.
조금씩 멀게 느껴지는 친구에게 편지를 쓴다.안개 속에 갇힌 듯 마땅히 떠오르지 않는 단어들, 밤하늘의 별처럼 반빡이는 내 창가에 빗방울들은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오랜 시간을 인내하여 예쁜꽃을 피우는 나무들처럼 작고 네모난 내 마음에도 예쁜 꽃 한아름 피워내고싶다.그 꽃에 당신이 행복하면 더욱 좋겠고.....,
흙냄새, 풀냄새 실려있는 고향의 산들바람이 그립다. 그을린 얼굴에 수줍은 미소로 나를 풀어헤치던 그 얼굴이 보고싶다.
얼마 전 길을 가다 헛딛어 발을 조금 다쳤다.순식간에 병원환자가 되어 빵빵한 물주머니 주사를 맞으니마음에 걸리는 일 들이 밀물처럼 밀려왔다.씩씩함과 건강함의 대명사로 여겼던 마누라의 풀 죽은 모습에남편이 한마디 한다 ." 당신 다친거 내 탓이다! "갑작스레 찾아온 나쁜 일에 남편도 마음에 걸리는 게 많나보다.
어른이 되면 하늘에 반짝이는 별들도 가까워지고 졸졸 따라다니던 달님도 친해지는 줄 알았다 담벼락에 곱게 그려진 아이의 모습에 괜히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눈물이 핑 돈다.
어릴 적 봄꽃들이 화사한 웃음 터트릴 때 짧은 치마가 입고 싶어 안달을 했었다. 못 입게 야단을 치는 엄마가 어찌나 야속하던지... 꽃샘추위의 심술을 그때는 몰랐었다 .
마른 낙엽에 몸을 감추고 우리는 사랑을 한다 밤새 차가운 서릿발에 몸은 떨어도 우리는 함께여서 눈이 부시다.
살갗에 부딪히는 햇살이 따사롭고 고소하다 고목에 피어있는 여린 봄꽃이 기특하고 고맙다 미워서 떠나보낸 지난날의 사랑이 애틋히 다가와 작은 손 내민다
차가움 속에 따뜻함이 숨어있고 스치는 바람에 포근함이 묻어난다. 메마르고 차가운 산비탈에 향기 그윽한 봄꽃이 고개를 내밀어 봄이 왔음을 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