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키스였다. 흡사 가위에 눌린 듯 양손을 바들바들 떨다가
힘겹게 상대를 밀어내고 나서야 눈을 떴다. 내 생애 최고인지 최
악인지 분별할 수 없는 키스를 며칠 전 꿈속에서 했다.

심상찮은 꿈임에 분명한데 해몽을 서두르기보다는 상대가 누구
였던가 내가 했던가 당했던가 따위를 고민하느라, 그 날 종일 멍
한 상태로 지내야 했다.

키스란 마음을 빼앗는 가장 힘세고 위대한 도둑이다. 고대 로마인들의
생각처럼 영혼이 드나드는 통로일 수 있고, 영화 "프리티 우먼" 의
여주인공 말처럼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키스만은 할 수 없다는 것이
내 나름의 지론(持論)이기에.

오늘 비로소 꿈속의 키스가 최고의 길몽임을 알게되었다.
원하는 일을 성취하거나 뜻을 같이할 벗이 생긴단다.
실추되었던 자존심이 회복되기도 한단다.

실제로 키스(Kiss)란 로맨틱한 대화의 구실을 하며 상대와의 궁합이 있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사랑의 상징이니까, 그 풀이가 제법 그럴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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