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도 차면 기운다.’는 말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가득 찬다는 것은 융성함의 절정, 풍요함의 극치를 이르는 말이다.또 물성 즉쇠(物盛則衰)라는 말도 있다. 무슨 사물이든 극히 융성하게 되면 반드시 쇠퇴하게 마련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가득차면 넘친다고 하는 것이다.물도 그릇에 가득 차면 넘친다. 불길도 활활 가득 타면 마침내 꺼진다. 뜨거웠던 사랑도 어느새 식기 마련이고, 돈도 명예도 권력도 가득 차면 이윽고 기울어진다.그래서 십년세도 없고 열흘 붉은 꽃 없다고 했다.옛 선인들은 명예나 지위가 극도로 귀하게 되는 것을 꺼려했
8일은 입동, 동장군(冬將軍)께서 조용히 기동하신다.벌써 겨울이 다가왔을까? 가을은 이미 사라져 버린 것일까? 늦게까지 단풍을 자랑하던 설악산에서도 관광객들이 떠난지 오래된다.이제는 어디서나 낙엽뿐, 아직도 미련스럽게 가지에 매달려 있는 잎들은 모두가 노랗게 퇴색된 채 달랑거리고 있다. 이른 아침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입에서 하얀 입김이 투명한 공기속에 동그라미를 그려 놓는다.이미 겨울인가. 가을은 영 떠나 버린 것일까. 지난해 동장군은 온 천하를 꽁꽁 얼어붙여 놓은 채 온갖 맹위를 떨쳤다.서민들의 마음까지도 얼려 놓을 듯이 겨우내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뇌면 ‘그리운 사람’이 먼저 더 그리워지는 계절, 단풍(丹楓)곱던 플라타너스(platanus) 이파리가 발끝에 와 버석거리면 오가던 옛 사랑과 마주 칠 것만 같다. 다시 서로 먼 길 떠난대도 이승의 기록에서 그리운 사람을 다만 한 번이라도 만나면 오죽 좋으랴.이 가을날!그리움이 없이야 어이 살 수 있으랴. 살아가며 꼭 한번은 만나고 싶은 사람, 우연히 정말 우연히 만날 수 있다면 물다든 가로수 잎처럼 나 세상에 붙어 잔바람에 간당대면 매달려 있지만 그래도 그리움 없이야 어리 살수 있으랴. ‘어이, 정치(
/난 그사람에 대해 알고 싶지 않았다. 나와 관계가 없었던 사람. 그러나 지금은 관계가 생겨 버린 사람. 내가 왜 그 사람의 나쁜 이야기를 알아야 할까. 내가 조금 알았던 사람. 좋은 사람인 줄 알았던 그 사람. 그 사람의 됨됨이를 알아 버린 나. 점점 타인의 장점보다 타인의 단점을 더 많이 알아가는 나. 좋은 생각과 좋은 이야기만 하며 살고 싶은데. 세상은 그렇게 내버리주지 않는고. 그런 세상을 내가 붙잡고 있어선가?./(사진 노-트) 반짝이던 억새가 바람에 휘날리며 난리를 피웁니다. 세상사도 그렇습니다. 늘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제주 '용눈이 오름- 마치 용이 누워 있는 것 같은 모습의 오름, 도로변에 손자봉과 이웃해 있다. 향유화가 붉게 핀 가을 철이 제격이지만 오름기행의 맛인 '정상에서 경치를 즐기기'에는 사시사철 좋은 곳. 오른쪽으로는 성산일출봉, 왼 쪽끝으로는 우도가 보이고, 그너머로 바다가 확 트여있다.이 가을, 용눈이 오름 모습은 산수화의 오름이 아니라 베토벤의 교향곡의 폭발적인 환희의 모습에 흡사하다. 억새가 휘날렸다. 멀리 안개가 자욱한 길에 가로눕는 이슬밭, 산국화 꽃 빛으로 돈다.'용눈이 오름은 시간적으로 아름다운 공간입니다. 체력이요?
문호「톨스토이」의 장편소설 〈전쟁과 평화〉에 묘사된 가을하늘은 인상적이다. 「나폴레옹」은 군에 쫓겨 중상을 입은「러시아」군의 병사「안드레이」는 문득 의식을 되찾고 눈을 뜬다. 1850년 11월 「앤스」강에서도 「러시아」군은 「프랑스」군을 막아 내지 못하고 있었다. 「러시아」의 가을 하늘도 맑은 가보다.『아, 이 얼마나 조용하고 장엄하냐! 나는 왜 이때까지 이를 깨닫지 못했을 까. 아니다. 지금 깨달은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하다. 그렇다. 이 하늘 말고는 모두가 거짓이다...』「안드레이」의 눈에는 그 때 전지를 시찰 나왔던 상승의 적장
상사화가 여기저기 피었습니다. 잎이 나면 꽃이 없고 꽃이 피면 잎이 없어 잎과 꽃은 늘 그리워 할 뿐 만나지를 못합니다. 만나지 못한 그리움이 붉은 색으로 피어올라 대기를 태웁니다. 짙은 그리움 앞에 대기도 가슴 태우며 눈시울을 적시며 태웁니다.상사화 피어난 둔덕길을 걸으며 얼마를 살아야 세상 모든 것의 그리움이 사라질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만나지 못한 회한이 그리움이 되고 그리움이 다시 회한이 되는 이 그리움의 윤회를 상사화는 언제쯤 끊을 수 있을 까. 하지만 상사화에게 타는 그리움이 없다면 그 무엇을 일러 상사화라고 할 수
할머니, 낮게 깔린 구름 위로 당신의 얼굴을 떠올려 봅니다. 거친 손등, 골 파인 주름살에 새겨진 인고(忍苦)의 세월.산허리에 자리 펴고 누워 계신 할머니. 당신의 삶은 언제나 당신의 것이 아니었지요. 온정은 말라가고 증오는 더 깊어진 각박한 세상. 야윈 가슴에 국화꽃 한 송이가 차라리 민망합니다. 인생이란 바람 끝에 매달린 꽃 잎 같은 것. 울컥 생목 오르는 아린 향기. 할머니, 여기 갈퀴 같은 생을 부려놓고 갑니다.할머니, 아슬아슬하게 추억 한끝에 걸려 있는 당신, 그대를 지우려 비구름이 내려옵니다.
해바라기를 가장 즐겨 오던 화가는 「고흐」였다. 『나는 신이 없이도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내게 창조력을 주는 나 자신보다 위대한 뭣인가의 도움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이렇게 말한 「고흐」는 그런 힘의 상징을 해바라기에서 봤어나 보다. 「고흐」이외에도 해바라기를 즐기던 예술가는 많아다. 「오스카ㆍ와일드」는 해바라기 꽃을 손에들고 『런던」서 거리를 자주 누볐다.해바라기의 대담하게 밝은 색채가 그의 유미주의(탐미주위)에 어울린다고 봤던 것이다. 「앙드레ㆍ지드」는 또 해바라기를 창조의 악마라고 말했다.이런저런 이유로「고흐」의 무덤에는
# 몸이 예전 같이 않다. 찌푸득한 날씨에 감기 기가 있어 '바흐'를 들으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왜 이리 국회의원들이 국민들 마음을 괴롭게 하나?를 골똘하게 생각하며 평소 '정치인'에 대한 상식을 글로 쓴다. # 政治가 이를 데 없이 부패했던 18세기 영국에선 ‘죽은 정치가의 解剖(해부)라는 소화(笑話)가 유행했었다. 해부를 끝낸 의사 A는 ‘뇌(腦)가 썩어 있더라’고 말했으며, 의사 B는 ‘머리를 너무 정치에 부딪쳤기 때문에 골막(骨膜)까지 산해 있더라고 했고 의사 C는 ’가슴에서는 ‘국가멸망’이란 소리가 들렸고, 장(腸)에서는
악(惡)이란 글자는 곱사등이 아(亞)자 밑에 마음 심(心)자가 받쳐져 만들어진 글자이다. 아(亞)자는 등이 굽은 모양으로 흉한 것을 나타낸다. 그러므로 악은 ‘흉한 모양의 마음’. 바로 흉악함을 의미한다. 얼마나 섬뜩한 글자인가?「국어사전」은 악을 착하지 않거나 올바르지 않은 것, 즉 양심을 좇지 않고 도덕을 어기는 일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그래서 악(惡)자가 붙은 어휘는 한결같이 무섭고 혐오스럽고 불안전한 것들이다.마음속에 악한 것을 심지 말아야 한다. 행동이란, 마음을 좇아 따르기 마련이다. 어떤 악한 행동보다도 그 행동의 근본
내려오다 멈춘 구름. 멈춘 사람들. 거리를 두고 서로 멈춰 서 있음은 처음엔 희열이지만 갈증이지요.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 시간의 딱지로 굳어 만지면 남루한 추억으로 떨어지지요. 그대의 기다림도 습관으로 굳어가고 있지 않나요. 나이처럼 무겁지 않나요. 저 푸른 하늘과 푸른 바람은 대자연의 노여움인가. 축복인가. 쏟아지는 햇살. 침묵의 불볕. 가는 곳마다 말없음표 또는 의문부호. 우리시대의 정치는 무엇이며. 소나기는 무엇인가. 오후엔 시위하듯 떼구름. 소나기 느닷없이 대지를 때리고. 다시 침묵에 잠기는 수상한 여름.도시에 퍼 붓는 햇살
정치는 누가 키워주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크는 것이다. 정치지도자가 되려면 겪어야 하는 온갖 구설과 비판을 이겨내야 한다. 이 시점에 이런 칼럼을 쓰는 이유는 간단하다. 보수(금정구)가 화합해야 한다. 불협화음을 정치지도자들이 ‘내몰라’고 하는 것 같다. 어쩌튼 전 국회의원과 현 국회의원이 ‘말로가 아닌 진실’로 화합하고 화해가 시급하다. 화합과 화해는 칼을 쥔 사람이, 권력을 지닌 사람이 하는 것이다. 한번 낙선한 정치인은 당의 공천을 받기가 어렵다. 특별한 공로로 인정하지 않는 한 그렇다. 상식화 된 이야기다. 흘러간 물로 물
살다보면 그냥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무작정 길을 떠나면 마음에 얽혀있는 것들이 모두 사라져갈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입니다.그 순간 나는 나를 생각해 봅니다. 바랄 것도 더 잃을 것도 없는 나는 저녁마다 제 그림자만 데리고 누울 곳으로 돌아갑니다. 무엇에 그리 얽혀 있는지, 왜 삶이 이렇게 적체의 한가운데 있는 것 인지.살아가는 것이 자유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꾸만 구속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여행이 필요한 순간들입니다.여행은 넓은 세상을 단순하게 만나는 것이 아닙니다.여행은 넓은 세상 속
비가 올 듯하더니 다행이 날이 개어 하늘이 언뜻 보인다. 박학다식의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말했던가 '나는 단지 한 가지만 안다.'고 했다.자신의 잘 났다고 아상을 세우면 듣는 귀가 열리지 않는다. 그런 사람은 당의정 같은 달콤한 말만 들으려 한다. 결국 그는 '귀속의 귀'가 사라지고 만다.그런류의 사람은 인간의 존엄성을 찾아야 한다. 인간의 존엄성이란 깨끗한 거울과 같습니다. 거울은 본래 깨끗해서 아무 티끌도 없는 것인데. 먼지가 꽉 앉은 것 같으면 본래의 작용을 못합니다.즉 거울 본래의 때 안 묻은 깨끗한 거울로 복구만 시키면 모든
말이란 시간의 흐름과 함께 크게 달라진다. 그 뜻이 달라지는 것도 물론이다.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가령, 우리가 흔히 쓰는 명구에‘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는 게 있다. 예술가의 일생은 짧지만 그 가 남긴 작품의 생명은 영원하다는 뜻이다.그러나 이 말을 제일 먼저 했다는 ‘히포크라스테스’는 그런 뜻으로 쓰지 않았다. 그는 그저 ‘사람의 일생은 짧고 기술을 배우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러니까 부지런히 노력해 나가야 한다’고 타일렀을 뿐이다.오래전 중국 신강성(新彊省)에서 발굴된 당대 초기고문에서 논어의 이른바 ‘정현(鄭玄)
모든 게 옛날이 좋았던 것 같다. 날씨도 그렇다. 아무리 추운 겨울이라도 삼한사온이 알맞게 추위를 견디게 만들었다. 여름이 아무리 길어도 중복만 잘 견디면 되었다.요새는 삼한사온도 없고 여름이 따로 없다. 부산은 30도를 넘어가고 있다. 여름초입이라 더위가 찾아 들 때이다.『공상은 당신에게 여름 철의 온갖 기쁨을 안겨 줄 것이다. 이슬을 머금은 잔디, 또는 가시 붙은 가지에서는 온갖 봉오리와 꽃들을...』 이렇게 「키즈」는 5월부터 여름이 오기를 기다렸었다.이제는 여름을 기다리는 것은 어린이들 밖에 없다. 여름 방학이 있기 때문이다
‘항룡 유회(亢龍有悔)란 말이 있습니다. 지나치게 높이 올라간 용은 뉘우치게 된다는 뜻으로, 자기 분수에 넘치게 존귀함을 구하게 되면 실패한다는 말로 쓰인다. 이 글귀를 빌려쓴다.또 ‘묘시 파리(䏚視 跛履)란 말도 있다. 애꾸눈이 환히 보려고 하고 절름발이가 먼 길을 가려 한다는 뜻으로, 분외(分外)의 일을 하려고 하다가는 오히려 화(禍)를 부르게 된다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세상을 살아가는 길에는 분수라는 것이 있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기 몫의 그릇이 이미 정해져 있다는 말일 것이다.분수라는 말을 ‘국서사전’에서는 타고난 운
사진속에 담긴 ‘용눈이오름’은 신비롭고 아른하며, 먼 듯 가깝고, 속세이면서 피안과 같은 모습이다.자연이 빚어낸 아름다움. 흡사 여성이 곡선처럼 부드러운 지형이 온통 초록색으로 물들어 있다. 구름사이로 내리 비치는 햇빛이 그 위를 쓰다듬을 때면 극장에 나 홀로 와 있는 기분마저 든다. 불가사의한 정적이 감돈다.‘용눈이’의 바람이 내 몸 어딘가에 스며들고 있다는 느낌을 지을 수 없었다. ‘용눈이오름’의 거친 바람이 내개 에너지를 준 것이다. 그 에너지로 나는 글을 쓸 수 있었다.‘바람이여, 고마웠네.’ 라고 인사하고 싶어진다.‘용눈이
A란 사람이 아무리 총명하고 귄세와 돈을 갖추었을 망정 그를 겪어본 누군가가 '인정머리없다'고 몰아부쳤다고 치자. 그는 가장 중요한 덕목하나를 잃어버린 비인격자로 간주되기 십상이다.'송곳으로 이마를 찔러도 피 한방울 안 나올 사람'이라는 말도 그렇다. 욕에 가깝다. 그만큼 우리는 인간관계의 기준을 인정에 두고 있다. 물론 우리가 체질적으로 지닌 인정이 근대사회의 발전이나 도시화의 물결을 따라 확산되면서 더 없이 희미해지고 굴절되고 있는 것 도 사실이다' 선출직은 주민의 건강한 삶을 위해 정치를 한다. 그리고 선출직이 되면, 정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