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사진 하나를 보았습니다. 어느 낮선 나라의 산 밑에서 찍은 사진 속에는 멀리 설산이 보입니다. 중국 운남성 옥룡설산이 어느 지역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그 사진 속에서 나는 그냥 내가 느꼈던 느낌들을 만날 수가 있었습니다. 그 생경한 설산이 바로 지척에 있다는 사실이 너무 신기로워 감격했던 그 순간들이 떠올라 혼자 지그시 미소 지었습니다.여행은 여행 이후까지도 여행입니다. 여행이 끝나도 여행은 기억으로 남아 나와 함께합니다. 여행할 때의 그 느낌과 풍경과 추억들이 그대로 남아 내 삶이 되고는 합니다. 여행은 그래서 지워지지 않
사람들은 때로 거짓말을 합니다. 자신이 불리하거나 말하기 불편할 때 주저 없이 거짓말을 합니다. 그러나 거짓말은 일을 더 꼬이게 할 뿐입니다.정직하게 고백하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 거짓말을 함으로써 대단한 일이 되고야 맙니다.침묵 역시 진실보다는 거짓말에 가깝습니다. 침묵 또한 거짓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합니다. 정직은 미덕입니다. 정직은 우리 모두를 자유롭게 합니다.정직은 모든 일을 단순하게 합니다. 정직은 사람을 이해하지 못 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정직은 칼날과도 같아서 난마와 같이 얽힌 끝들을 일도에 끊어버립
감기가 10일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나았다 다시 들어오고 나았다 싶으면 또다시 들어오고 그러길 두 번째입니다. 초겨울에 들며 독감 주사를 맞았는데 소용이 없는 가 봅니다.생각해 보니 나이가 들며 면역력이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작년엔 괜찮았는데 올해는 유독 심합니다. 그러다 보니 감기와 친숙해져야겠다고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저에겐 주치의는 아니지만, 친한 내과의사가 있습니다. 오늘도 병원을 찾아 의사에게 증세를 얘기한 후 ‘비타민 주사’를 한데 맞을 까요 하니, ‘주사실에 누워서 맞아야 하는데 독감세균이 많습니다. 엉덩이 주사 맞고
벽에 걸린 ‘캘린더’에 마지막 한 장만이 남았다. 12월, 예전 ‘캘린더’는 대개가 3백65장짜리였다. 그러니까 마지막 달에 접어들었다해도 아직 30장이나 더 ‘캘린더’를 찢어버리는 여유가 남아있었다.지금은 그렇지가 못하다. 한달에 한 장씩, 혹은 두달에 한 장씩 찢도록 되어있다. 요즘의 한달은 예전 하루와 같이 느껴진다. 그처럼 세월이 더 빨리 흐른다. 모든 것이 줄달음치듯 뛰고 있다.그래서 사람들은 적어도 한달을 단위로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예전에는 그저 하루하루만 생각해나가면 됐었다.요새는 하루를 단위로 해서 살아나간다면
세월이 빠르다는 게 무슨 말입니까? 세월을 생각해 봅니다. 세월처럼 허무한 것이 없습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나이 든 이들을 볼 때 자기들이 겪을 인생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가 봅니다. 그리고 자기들이 나이 먹었을 때는 좀 더 근사한 인물이 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봅니다.그러나 천만의 말씀입니다. 나이 먹은 우리도 아름다운 젊은 시절이 있었고 세월이 백발을 가져다 줄 줄은 몰랐지요. 그러나 세월은 가고, 그 세월은 인생을 가져가고 그래서 인생은 깊은 허무를 느끼는 단계를 맞게 되는 것입니다. 공자는 인생의 15세를 중요시 했습니
금정산 단풍잎이 붉어지고 있습니다. 올 폭염을 피해 허둥지둥하던 여름철과는 달리 사람들의 표정과 발걸음은 한결 여유가 있어 보입니다.집을 나서, 범어사 산문을 들어서 매표소를 지나 언덕 밑에 앉아 조용히 책장을 넘기고 있는 사람을 만납니다. 불현 듯 그와 악수하고 싶어집니다.그렇게 가을은 우리에게 사색과 성찰의 시간을 마련해 주는 것은 아닌지, 그렇습니다. 이 가을엔 그 동안 급히 걸어오던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호흡을 가다듬어야 합니다.내 가 걸어오던 길은 어떤 길인지, 왜 이 길을 가야 하는지. 그리고 주변의 풍경은 어떠한지 한번
어리석은 사람들은 우연을 살고 지혜로운 사람들은 창조적인 삶을 삽니다. 습관과 규범을 아무런 사고 없이 답습하게 되면 우리는 어리석은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이고, ‘왜’ 하고 묻게 되면 우리는 새로운 길을 찾아야 됩니다.이것은 일종의 모험이기도 합니다. 이미 있는 길이 아니라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삶의 진정한 의미는 바로 이 새로운 길을 찾는데 있습니다.세상의 모든 성인들은 이렇게 자신의 길을 찾은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기존의 길과 다른 자신의 길을 어렵게 찾아갔습니다. 그것은 해탈과 평화와 사랑을 구현한
# 요즘 사람들은 말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물론 꼭 필요해서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불필요한 말이 많습니다. 그러다보면 말을 하는 쪽도 피곤하지만 들어줘야 하는 쪽도 피곤합니다.말을 많이 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체로 다음과 같은 두 가지의 부류로 나눌 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중 하나는 상대방에게 많은 말을 해서 자기의 의사를 관철시키려고 하는 경우입니다.이런 경우, 대개의 사람들은 처음에는 그의 말을 들어주지만 얼마의 시간이 지나면 건성으로 듣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까 그는 말을 많이 하게 됨으로써 오히려 상대방에게
미안했습니다. 고마웠습니다. 이런 말들은 가슴에 눈물을 남깁니다. 살다보면 이런 말 몇번은 하게 되고 노을 같은 가슴으로 돌아서 우는 날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 노을 같은 가슴이 있을 때 삶은 더욱 절실하게 다가오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런 가슴이 없다면 삶이 건네는 그 많은 이야기들을 우리는 어쩌면 하나도 들을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세상을 떠나는 사람들은 이 마지막 한마디를 거네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세상이 건네는 이야기를 또렷이 들었을지도 모릅니다.우리는 언제나 모든 것을 늦게 알고 마는 사람들입니다. 그때가 지나서야 그 사
밤이 가면 새벽이 옵니다. 우리들 인생의 진리는 모두 무상하다는 것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절대 안 된다고 말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절대 아니라고 부정하지도 마십시오. 지금의 이 감정 이 마음은 언제든 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그렇다고 결정하지 말라는 말도 아닙니다. 결정은 언제나 희망과 이해 속에서 이루어져야만 합니다. 실의와 절망 속에서 그리고 격한 감정 속에서 우리가 무언가를 결정한다면 그것은 그냥 상처로 남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살다보면 때로 격한 감정을 만날 수도 있고 때로 어려운 시간 속에서 막막해 할 때가 있습니다. 그
물은 들 때보다 날 때 더 조심스럽습니다. 큰 소리로 밀려왔던 물결이 날 때는 아주 작은 소리로 스스로 사라져 갑니다. 사람도 드는 자리보다 나는 자리가 중요합니다. 나가는 자리를 통해서 우리는 그 사람의 시간과 삶의 내용을 파악하기 때문입니다.인생의 듦은 탄생이고 인생의 나감은 죽음입니다. 인생의 나감, 그 시간에 나는 물결처럼 그렇게 조용하고 단아한 모습으로 떠나고 싶습니다. 미련이 남아 울기보다는 후회 없는 한 생애를 살아 온자의 그윽한 미소를 짓고만 싶습니다.가야할 길의 두려움에 떨기보다는 지혜를 실천해 온 자의 당당함으로
옛 속담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 같기만 하여라’고 했다. 1년중에 단 한번 끼니걱정을 안 해도 좋으리만큼 풍성한 때가 이 중추가절이란 뜻이다.농촌에 한해 농사가 다 끝나 바쁜 일거리도 없고 과실이 푸짐하고 인심도 마냥 후해지고, 이래서 매일이 추석 때처럼 살기 좋기를 바라는 마음도 생겼으리라.추석날을 앞둔 부산역 풍경은 KTX 표를 구하려는 사람들이 보인다. 인터넷으로 추석 열차 판매 후 추석 전날 판매를 수소문하며 암표를 귀동냥하는 모습도 자연스레 보인다.여하튼 추석 풍경이다. 또 역으로 아들 찾아 역 상경하는 모습도
/정원이 슬픔을 안고 있다. 차가운 꽃 속에 비가 가라앉는다. 여름이 살짝 몸서리친다. 그 종막을 향하여.../
새벽에 일어나 창을 열고 밖에 나가 별을 봅니다. 별과 초승달은 하늘에서 반짝이며 나를 반깁니다. 별은 밤을 새워 어디엔가 편지를 쓰고 또 어디론가 보내나 봅니다. 별은 밤 새워 쓴 편지들을 모아 바람을 타고 빛이 되어 어디론가 흘러가고 있습니다.빛으로 남겨지는 별들의 편지는 아마 어느 하늘을 사모하는 편지일 것이고, 그것은 또한 그 하늘에 꽃처럼 아름다운 별을 낳는 일일 것입니다. 별의 편지가 어느 하늘에 가 닿고, 그 하늘은 편지를 읽고 다시 별 하나를 낳으며, 먼 곳의 별을 그리워할 지도 모릅니다.밤새 써서 이름 없는 하늘을
훅! 입을 오므려 피부 깊숙히 스민 더위를 뱉어냅니다. 피부 속에 숨어 있던 더위들이 내 입 바람을 따라 내게서 빠져 나가는 것 같습니다. 잠시 시원해지는 것 같은 이 느낌의 순간이 유쾌하게 다가옵니다. 인생은 이렇게 사는 겁니다. 스스로 처방을 만들어 가며 나름대로 즐기며 사는 겁니다. 누구랑 비교할 생각일랑 아예접고 자기 자신만의 삶을 사는 겁니다. 무료하면 산책을 하며 노래를 흥얼 거린다든가. 더우면 이렇게 입으로 바람을 내어 더위를 날린다든가. 그때그때 작은 처방을 내리며, 스스로 하며 사는 겁니다. 에어컨 없는 사람이 에어
누구를 막론하고, 선출직 정치를 하는 사람에겐 도덕성 그리고 헌신과 봉사를 강력히 요구한다. 그 중에서 민의의 소리를 잘 듣고 배려하는 마음이 각인돼 있지 않으면 언젠가 잘 나가든 정치인(지역 선출직)도 하루아침에 낙마를 한다.요즘 무소속 국회의원 모 의원에 대한 비난이 일고 있다. 지난 15일 종편A에 박상중 목사가 출연, 그 국회의원에 대해 앵커가 ‘아름다운 가게 이사장’시 그 분과 자주 만났습니까? 고 묻자, 그분의 대답이 우습다. 아니 그런 분이 험난한 정치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아름다운 가게 이사로 5명이
내가 제주 ‘용눈이 오름’을 찍는 이유는 어느 사진가의 한 컷에 감명 받았거나 ‘용눈이 오름’에 감동을 느꼈거나 무언가 특별한 동기가 있던 건 아니다. 단순히 제주에서 유명하고 알기 쉬운 피사체라는 안이한 이유에서다. 예전에 한라산이나 제주 바다를 찍었는데 ‘용눈이 오름’은 그중 하나 정도의 느낌이었다. 오히려 당시의 나는 ‘용눈이 오름’이라는 알기 쉬운 피사체에 의존한 촬영은 사진을 어설프게 만들 뿐이라는 주제 넘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왜냐하면, 자연현상을 찍는 포토그래퍼는 스스로 자신의 주연을 찾는 것에서 시작하고 거기에 자신의
오늘 아침에 범어사 ‘안개’를 찾아 갔습니다. 가는 날이 음력 초하루 날이라. 절은 차반 사람 반 이었습니다. 지금껏 이렇게 훈훈한 분위기는 처음입니다.기자는 일품인 ‘범어사 안개’를 볼양으로 갔습니다. 그 ‘안개’를 찍은 스님은 ‘관조당’입니다. 몇 년 전 먼 길을 마다하고 홀연히 떠났습니다. 하도 유명한 스님이라 사찰 등 작품은 책과 사진으로 우리를 슬프게 합니다. 올해 ‘범어사’ 카렌다에도 어김없이 그의 작품으로 제작되었습니다. 그 카렌다를 보면 ‘관조당’을 뵙는 느낌입니다.장마비가 주룩주룩 내리는데 허리 굽은 할머니가 ‘불이
세월이 빠르다는 게 무슨 말입니까? 세월을 생각해 봅니다. 세월처럼 허무한 것이 없습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나이 든 이들을 볼 때 자기들이 겪을 인생이라고 생각되지 않은 가 봅니다. 그리고 자기들이 나이 먹었을 때는 좀 더 근사한 인물이 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봅니다.그러나 천만의 말씀입니다. 나이 먹은 우리도 아름다운 젊은 시절이었고 세월이 백발을 가져다 줄 줄은 몰랐지요. 그러나 세월은 가고, 그 세월은 인생을 가져가고 그래서 인생은 깊은 허무를 느끼는 단계를 맞게 되는 것입니다.공자는 인생의 15세를 중요시 했습니다.
이란 말이 있다. 영어로는 Janus-faced라고 쓴다. ‘옥스퍼드’사전은 그 뜻을 deceitful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협잡(挾雜). 사기(詐欺), 허위(虛僞) 등을 나타내는 형용사이다. 이런 형용사로 표현되는 일은 대개 유쾌하지 못하다. 최근 모당의 혼란을 두고 ‘야누스’의 얼굴로 풍자하고 싶다. 불행한 일이지만, ‘야누스’당이 출현했다고 본다.‘야누스’는 원래 ‘로마’신화에 나오는 인물이다. 고대‘로마’동전에 새겨진 그 실상을 보면 머리는 하나인데 얼굴은 둘을 가지고 있다. 그 두 개의 얼굴은 같은